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오늘은 사적인 영화관을 시작하고 꼭 소개하고 싶었던 영화 중 하나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이라는 작품인데요. 10월에 일어난 사건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10·26 사태’를 다룬 영화입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까지 받은 작품이니 재미있게 뜯어봅시다.
🎞 <그때 그 사람들> (2005)
감독 : 임상수
출연 : 백윤식, 한석규 등
장르 : 블랙 코미디, 범죄
러닝 타임 : 1시간 42분
스트리밍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수상 :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
관람객 평점 ⭐7.44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오늘의 이야기
10·26 사태
임상수 감독
비판과 블랙 코미디
10·26사태
영화의 소재가 된 10·26사태는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을 저격한 사건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망한 이 사건은 김재규와 차지철 두 사람의 개인적 갈등에서부터 비롯되었어요.
둘의 갈등은 같은 달에 있었던 부마항쟁에 대한 진압을 두고 시작되었습니다. 정권은 부마항쟁에 대한 진압이 너무 과하다고 주장했던 온건파와 더 강하게 해야 했다고 주장했던 강경파로 나뉘었는데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온건파였고, 경호실장 차지철이 강경파였습니다.
갈등에서 비롯된 감정이 격화되어 결국 김재규는 10월 26일, 박정희와 차지철을 가격하였고, 둘은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이 설립했던 유신 체제도 종결되었습니다.
🔍사적인 포인트 - 부마항쟁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에 일어난 ‘부’산, ‘마’산의 정치적 항쟁입니다. 이름대로 부산에서부터 시작하였는데요. 당시 야당(신민당)의 당수였던 김영삼이 박정희 정부에 의해 자의적으로 국회의원 자리에서 제명당하자, 김영삼의 고향이었던 부산에서 시민들이 시위의 물꼬를 텄습니다. 부산대 학생들을 시작으로 시위가 시작되었고 최소 5만 명 이상이 시위에 가담하였고, 마산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임상수 감독
<그때 그 사람들>은 첫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이처럼 정치적인 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영화가 가진 비판적 성격 때문에 검열 요구가 들어왔는데요. 임상수 감독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임상수 감독은 그동안 사회 비판적인 성향이 담긴 영화를 주로 제작해 왔습니다. <하녀>, <돈의 맛>과 같은 엘리트 사회에 대한 영화도 제작하였고,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에서는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국내 영화 업계에서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영화는 대부분 금기시되었으나, <그때 그 사람들> 이후로 점점 많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하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검열 요구를 받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반향을 일으킨 영화임은 맞는 것 같네요🤔
비판과 블랙 코미디
<그때 그 사람들>에는 당시 세태를 비판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요. 이 장면들을 뒤틀린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로 표현해냅니다. 쉽게 말하자면 해학과 풍자를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영화 초반에는 김재규의 오른팔인 주 과장(한석규)의 행동이 포커싱 되는데요. 이때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고문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고문을 받습니다. 급기야는 피카소의 도자기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끌려왔는데요. 피카소가 스페인의 공산주의자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답니다🤷♀️
또 경호실 소속 경호원들이 모여 당구를 치는 장면에서, 이들은 아무나 다 잡아서 간첩 만들고 공산주의자 만든다는 대화를 나눕니다. 반공법, 간첩죄를 남발하던 당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진 정부의 수장인 박정희는 영화 속에서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단 경호원에서 김재규와 차지철에게까지 “할아버지”라고 불리면서 조롱당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하는데, 지구상에 민주주의 제대로 하는 나라가 몇 나라나 있노. 근데 내한테는 야당이 있잖아. 야당이. 근데 내를 못살게 구노.”라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발언도 하는 독재자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박정희 캐릭터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부족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요. 주인공 격인 김재규(백윤식) 역시 상관인 대통령을 총으로 미련 없이 쏴버릴 정도로 광기 어린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일단락되자 육군 본부에서 의자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 허술한 면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허술한 부분은 김재규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독재 정권을 종결시킨 김재규를 두둔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때요 저 사람? 혁명적 민주 투사로 보입니까? 아니면 과대망상에 빠진 돈키호테였을까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은 저 사람의 법정 최후 진술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는 설이 있습니다. 글쎄,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보세요.”
영화의 마지막에 삽입된 나레이션인데요. <그때 그 사람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김재규가 독재 정치의 수장인 박정희를 죽였다는 이유만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한 열사로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곤 하는데요. 그가 중앙정보부장으로서 인권을 유린하고 폭력을 행사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룻밤 사이에 부쩍 추워진 요즘입니다. 환절기면 찾아오는 야속한 알레르기 때문에 저는 눈이 자꾸 부어 요즘 곤란해하는 중이랍니다😅 그래도 더 추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이 날씨를 즐겨보려고 해요. 구독자 여러분도 즐거운 가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역시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월 1일에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