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오늘은 사적인 영화관을 시작하고 꼭 소개하고 싶었던 영화 중 하나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이라는 작품인데요. 10월에 일어난 사건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10·26 사태’를 다룬 영화입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까지 받은 작품이니 재미있게 뜯어봅시다.
🎞 <그때 그 사람들> (2005)
감독 : 우민호
출연 :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장르 : 드라마, 시대극
러닝 타임 : 1시간 53분
스트리밍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수상 : 제4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관람객 평점 ⭐8.46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오늘의 이야기
블랙코미디 VS 드라마
베일에 싸인 인물의 감정
김형욱 실종사건
블랙코미디 VS 드라마
지난 호에서 말씀드린 대로 <그때 그 사람들>은 블랙 코미디 장르 영화에요. 박정희 정권 당시 사람들을 너나할 것 없이 신랄하게 비판하고 조롱하죠. 한 시대를 호령했던 대통령부터, 그를 쏘아 죽인 정권의 2인자까지 어딘가 모자라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에 반해 <남산의 부장들>은 진지한 느와르 분위기를 물씬 풍겨요. 어디서도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서늘한 연출과 배우들의 무게 잡힌 연기가 자리하고 있어요. <그때 그 사람들>이 제3자의 시선으로 당대 사람들을 모두 한 번에 비판하는 느낌이라면, <남산의 부장들>은 캐릭터의 1인칭 시점으로 당대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졌을지에 집중한 느낌이랄까요?
사실 <남산의 부장들>은 ‘10·26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동명의 논픽션이 원작이랍니다. 김충식 기자가 1990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동아일보>에서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 사건과 차이가 조금 있고, 상상이 가미된 부분도 있답니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점은 바로 캐릭터의 이름인데요. 누구나 다 아는 김재규, 차지철의 이름을 김규평, 곽상천으로 바꾸었습니다.
베일에 싸인 인물의 감정
이렇게 드라마 장르로 연출한 이유는 우민호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우민호 감독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충성이 어떻게 총성으로 바뀌었을까”가 궁금했다고 합니다. 10·26사태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에 엮인 인물들의 감정은 베일에 싸여있는데요, 그 감정들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하네요.
🎥우민호 감독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로 이어지는‘욕망 3부작’이 대표작입니다. 세 영화에는 욕망으로 인해서 “나락으로 가는” 캐릭터가 등장해요. 우민호 감독은 이런 뜨거운 욕망이 담긴 캐릭터를 묵직하고 또 차가운 느낌으로 담아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그 사람들>이 10월 26일 단 하루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것에 비해 <남산의 부장들>은 사건 발생 이전 40일 전부터 당일까지 긴 시간을 조명하면서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쫓고 있습니다.
김형욱 실종사건
이 40일간의 사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입니다. 영화에서는 곽도원 배우가 ‘박용각’이라는 캐릭터로 연기를 했어요.
<남산의 부장들>은 곽도원 배우의 미국 의회 청문회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그는 자신이 한국의 전 중앙정보부장이었으며, 한국은 지금 박정희에 의해 인권이 유린당하고 민주주의가 농락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실제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밝힌 사실인데요. 그는 박정희 정권의 핵심 인물로, 여러 궂은일을 도맡아 대내외적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그러다 박정희의 눈 밖에 나게 되어 버림받고, 박정희를 원망하게 된 그는 1973년 미국 망명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한국 정치 사회의 진실을 폭로하였죠.
또, 박정희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회고록을 집필하여 박정희 정권의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행동들로 결국엔 제거 대상이 된 그는 1979년 10월 파리에서 김규평(이병헌)에 의해 사망하는데요.
그러나 실제로는 실종 상태로 처리되어 있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사망 확인이 되었습니다.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원회는 김형욱이 “김재규의 지시로 죽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여기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어 아직도 미스터리라고 하네요🕵️♂️
이렇듯 <남산의 부장들>은 실제 사건 속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상상력으로 메워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준 영화입니다.
구독자분들은 <그때 그 사람들>과 <남산의 부장들> 중 어떤 작품이 더 끌리는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역시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또 재미있는 역사 영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