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지난 2주 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요즘 안 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요. 날씨도 덥고, 안 하던 운동을 다시 하려니 몸이 잘 따라주지 않네요. 이런저런 핑계에 퍼지고 지치기 마련이지만, 막상 운동하기 시작하면 몰입해서 하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들도 귀찮고 지치더라도 차근차근 나아가는 나날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며칠 전인 6월 10일은 6·10민주항쟁 기념일이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가져온 사적인 영화관의 14호 영화는 바로 <1987>(2017)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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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 (2017)
- 감독 : 장준환
- 출연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등
- 장르 : 시대극, 드라마
- 러닝 타임 : 2시간 9분
- 스트리밍 : 왓챠
- 수상 : 제3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 네이버 평점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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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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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은 6월 민주항쟁의 불씨가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정부는 과도한 고문으로 대학생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습니다. 정부는 폭력을 일삼는 경찰들을 동원하여 언론을 통제하고 시민들을 탄압했습니다. 영화는 정부의 폭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고, 알게 된 진실을 알리려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6월 민주항쟁은 꽃을 피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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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 6월 민주항쟁
-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
- 영화와 현실의 연결고리,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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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항쟁
지난 3월에 치렀던 대통령 선거 기억나시죠? 현재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치러지며, 당선된 대통령은 오직 한 번만 임기를 치를 수 있는 단임제입니다. 오늘날의 이 체제는 바로 189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랍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대통령 선거는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일종의 친정부적 단체에 의해서 간접 선거로 치러졌어요. 이 단체를 통해 치러진 선거는 전두환 정권의 장기집권만 가져다줄 뿐이었기에, 직선제에 대한 열망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1987년 1월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해요. 경찰의 고문에 의하여 박종철 학생이 고문 도중에 사망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학생운동의 주도자였던 박종운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해 가까운 후배였던 박종철을 고문했는데요. 강압적인 물고문에 박종철은 결국 질식사하였습니다.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 언론을 통제하고,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등 어불성설 격의 변명을 내놓았죠. 영화에서처럼 부검을 담당했던 의사가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라고 사인을 밝혔음에도, 정부의 은폐와 축소는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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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중
정확한 사인이 보도된 신문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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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정부는 4월 13일, 현재의 간선제 헌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선언을 발표합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지금은 개헌보다 올림픽에 신경 쓸 시점이다.’라며 회피했는데요. 이에 국민의 원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7주년을 맞이하던 날이었어요. 이날 5·18 열사들에 대한 미사를 진행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말을 폭로합니다. 사건의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열기는 고조되었습니다.
한편 대학생들은 5월 말부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었는데요. 6월 9일, 연세대 이한열 학생이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사진이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다음 날인 6월 10일,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고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가담하여 시위는 절정을 맞이하였습니다.
결국 6월 동안 진행된 시위에 정부가 6월 29일, 직선제로의 개헌을 약속하며 6월 민주항쟁은 마무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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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뜨거웠던 그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1987>은 이런 6월 항쟁의 우여곡절을 잘 담고 있답니다. 저는 <1987>이 익숙하지만 뻔하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6월 민주항쟁이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소재에, 김윤석, 하정우 등의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니 익숙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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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1987>에는 여러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박 처장 역할의 김윤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자의 분량에 충실할 뿐, 영화 내내 등장하지 않아요. 영화 초반에 박 처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최 검사(하정우)는 중반 이후가 되면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고요, 한병용 교도관(유해진)과 연희(김태리)는 영화가 시작한 지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한답니다. 이처럼 <1987>은 6월 민주항쟁에 나섰던 특정한 인물이나 단체에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각자 최선을 다했던 이야기를 보여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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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포인트 - 군상극
이처럼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비슷한 분량으로 담겨 있고, 이들이 다시 하나의 커다란 서사를 형성하는 형태를 ‘군상극’이라고 하는데요. <1987> 역시 군상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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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의 이런 이야기 방식은 이번 뉴스레터의 제목이자, 영화 포스터에도 적혀 있는 문구인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6월 민주항쟁이 특정한 누군가만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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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의 연결고리, 비하인드 스토리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1987>에는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존재해요.
1. 김윤석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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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처장 역할을 맡아 악역을 연기한 김윤석 배우는 사실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라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본인이 딱 386세대라고 밝혔으며,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대사를 자신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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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포인트 - 386세대
386세대는 1990년대부터 사용된 용어로, 1990년대 당시에 30대로,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19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해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대라고 볼 수 있어요. <1987>이 이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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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중
치안본부장 역할을 맡은 우현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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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치안 본부장 역할을 맡은 우현 배우는 6월 민주항쟁에 참여한 사실로 유명한데요. 그는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부 출신으로 시위에 앞장섰습니다. 그는 이한열 열사의 장례 집회 당시 태극기를 들고 영정 사진 옆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런 전력과 정반대되는 역할임에도, 우연 배우는 어떤 배역이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어요.
3. 문성근 배우와 문익환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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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배우와 문익환 목사는 사적인 영화관 2호 <동주> 편에서도 잠깐 다루었었는데요. (<동주>편 보러가기) 영화의 엔딩크레딧에서 오열하면서 “전태일 열사여,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라고 외치는 인물이 바로 문익환 목사입니다. 이는 1987년 7월 9일 연세대에서 진행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서 했던 조사입니다. 문익환 목사는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 나섰던 인물인데요. 그의 아들인 문성근 배우가 <1987>에서 안기부장 역할을 맡아 열연하였습니다. 문성근 배우 역시 자신의 전력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요, 그는 “국민이 직접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그리면서 우리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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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를 다루었던 12호에서 많은 분들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전해주셨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1987> 출연 배우들의 이야기를 한 번 소개해 드려보았어요. 이번 레터도 편하고 재미있게 읽어주셨스면 합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어려워말고 남겨주세요.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평안하게 지내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2주 뒤에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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