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적인 영화관의 구독자 여러분. 에디터 챙구입니다. 어느덧 여름이 완연해졌습니다. 며칠 째 이어지는 덥고 습한 날씨에 지치기 마련인데요. 다들 여름휴가나 피서 계획은 하고 계시는가요? 저는 큰 계획은 없지만, 영화관에 기분 전환이나 하러 갈까 하고 있어요.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잔뜩 개봉했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들은 혹시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가 ‘바다’나 ‘물’을 배경으로 하면 흥행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무래도 시원한 물가 풍경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감상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네요. 그래서 이어지는 더운 날씨에 여러분들께도 이런 시원한 영화 하나 전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해보았는데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모아나>처럼 큰 스케일에 시원해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힐링이 되는 영화, <자산어보>(2021)를 골라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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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어보> (2021)
- 감독 : 이준익
- 출연 :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등
- 장르 : 드라마, 사극
- 러닝 타임 : 2시간 6분
- 스트리밍 : 넷플릭스
- 수상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제42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설경구)
- 네이버 평점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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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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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2021)는 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의 14번째 장편 연출 작품인데요. 신유박해로 화를 입어,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이 그곳에서 바다 생물에 대해 박식한 청년 어부 창대와 함께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쓰는 이야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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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 정약전은 누구인가
- 신유박해
- 감상 포인트 - 조선판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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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이야기의 주인공인 정약전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름에서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과 상당히 유사한 이름이지 않나요? 예상하신 것처럼, 정약전은 정약용의 형님이었습니다. 정약전은 정조대에 과거에 합격하여 병조 좌랑*까지 지낸 인물이었습니다.
*병조 좌랑 : 조선 시대 군사에 관한 일과 무관 선발을 맡았던 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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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유박해에 연루되어 서울과 매우 먼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그는 이곳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여러 저술 활동을 이어 나가다가 끝내 풀려나지 못하고 16년 만에 흑산도와 가까운 우이도에서 사망하였어요.
그는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남겼는데요. 홍어 장수 문순득이 동남아 여러 국가를 표류했던 여행기를 담은 책 <표해시말>, 세금 문제에 대한 고발을 담은 <송정사의> 그리고 흑산도 근처의 수산 생물들을 갖가지로 조사해 집대성한 생물 도감인 <자산어보>가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명저로, 영화에는 이를 완성하기 위한 정약전의 노력이 잘 담겨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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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박해
앞서 정약전이 신유박해에 연루되어 흑산도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영화에도 역시 이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답니다. 신유박해는 순조 1년에 천주교도들을 대대적으로 박해한 사건인데요. 정약전과 정약용 등 일가는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화를 면치 못했어요.
정약전과 형제들은 조선인 최초의 민간인 세례자인 이승훈 등과 교류하면서 천주교를 신봉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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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중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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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이 정계에서 활동했을 당시의 국왕이었던 정조는 서학을 공부하고 천주교를 신봉하는 양반 세력에 대해 다소 관용적이었어요. 그런데 순조가 즉위하고 다소 온화했던 정계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서, 서학을 공부하고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일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신유박해였습니다.
그래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 중 정약종은 순교했고 정약전과 정약용은 유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약전과 약용은 형제 중에서도 특히나 우애가 깊었는데요. 약전은 흑산도로, 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되면서 둘은 헤어집니다. 둘은 떨어져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서신으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형제간의 정을 나누었어요. 이런 형제의 우애가 정약용이 남긴 시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영화에도 삽입된 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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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정별, 정약용
초가 주막 새벽 등불
푸르스레 꺼지려 해서
일어나 샛별보니
이별할 일 참담하구나
두 눈만 뜬 채
두 입 다 할 말 잃어
애써 목청 다듬건만
나오는 건 오열 뿐
흑산도 머나먼 곳
바다와 하늘뿐인데
형님께서 어찌 그곳으로
가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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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배웅하며 헤어진 둘은 약전이 세상을 뜰 때까지 만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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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포인트 - 조선판 리틀 포레스트🌿
이렇게 다소 어둡고 슬픈 장면이 있지만, 저는 뉴스레터의 첫 머리에 <자산어보>를 힐링이 되는 영화로 소개했어요. 왜냐하면 약전이 <자산어보>를 쓰며 흑산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긴 부분은 마치 조선판 리틀 포레스트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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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웃음을 줄 만한 대사와 장면들은 유배라는 심각한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 주었고요, 흑백으로 담긴 흑산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마음을 가라앉혀 줬답니다. 특히나 고고하고 행동을 삼가는 양반과 사뭇 다른 정약전의 모습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생각해요. 정약전은 영화 내내 양반이지만 소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고기에 대해 공부하고자 온 몸에 진흙을 묻히고도 그는 개의치 않아합니다. 또, 물고기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는 평민 어부 창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러 갈 때는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뛰어가기도 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창대가 잡아 온 여러 해산물로 만들어진 요리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요. 문어와 전복, 가오리 등 여러 맛있는 해산물을 한적한 시골에서 먹는 모습에서 결정적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시골 풍경에 걸맞은 바닷소리, 풀벌레 소리 등 여러 발랄한 배경음악들도 분위기에 한몫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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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앞서 말한 장면들처럼 소소하고 유쾌하기도 했다가도, 분위기를 잡으며 주제의식을 전하려고 하는데요.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나름의 무게를 가진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의 웰메이드 영화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릴게요🤗
흐리고 습한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어 저는 조금 속상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덥긴 해도 맑은 햇살이 유달리 보고 싶어지는 날이네요. 궂은 날이 지나면 맑은 날이 또 오겠죠? 맑은 햇살을 기다리며, 이번 레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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