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어느덧 2주라는 시간이 지나 13번째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바빴던 일이 마무리되고 있어서, 이 일만 잘 끝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이네요.
그래서 오늘 소개할 영화를 통해서 18세기 영국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2018)은 앤 여왕과 궁궐의 핵심 권력이었던 사라 처칠, 그리고 이들의 권력을 탐냈던 힐이라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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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들> (2018)
-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바이스, 엠마 스톤 등
- 장르 : 전기, 드라마
- 러닝 타임 : 1시간 59분
- 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 수상 : 제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맨), 제75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 네이버 평점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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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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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여왕의 여자
앤 여왕과 사라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로 이 둘의 관계는 궁궐 안에서 다른 어떤 관계보다 진하고 끈끈합니다.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이 바로 앤 여왕과 사라에요. 그러던 어느 날,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애비게일은 자신의 친척인 사라를 찾아와 일자리를 구합니다. 하녀로 일을 시작한 애비게일은 앤 여왕이 통풍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알게 되자, 숲에서 몰래 캐온 약초를 여왕에게 발라주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여왕과 사라의 눈에 들게 되고, 앤 여왕과 사라의 안정된 관계는 애비게일이 들어옴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히 애정으로만 점철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앤 여왕 치세에 이루어졌던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라는 정치적 물결을 등에 업고 있었는데요. 사랑, 정치와 권력이라는 복잡한 역학관계로 이루어진 이 관계는 세 배우의 열연을 통해 전개되어갑니다. 여기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색채와 정교한 연출, 섬세한 비유 표현이 곁들여져 영화는 한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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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한 영화 찾으시나요?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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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네이버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 2015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더 랍스터>
- 2017년 칸 영화제 각본상 <킬링 디어>
2년 사이에 칸 영화제에서 2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최근 주목받는 감독이기 때문이에요. 그리스 출신의 란티모스 감독은 특유의 음침하고 불길한 에너지가 특징인데요. 쉽게 말해서 불쾌한 작품 맛집(?)이랍니다🤧 찝찝한 영화를 즐기는 분이라면 란티모스 감독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래도 그의 영화가 너무 마니아틱 하지만은 않은데요. 심오한 스토리와 더불어 절제된 영상미와 OST도 일품이고 특히나 영화에 사용되는 상징과 비유가 뚜렷해서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이런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더 페이버릿>입니다. <더 페이버릿>은 이전 작품들만큼 심오하지도, 불쾌하지도 않고 오히려 유머러스한 부분도 등장해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접해보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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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 훑어보기
이번 호에서는 영국이 배경인 영화를 다루는 만큼, 영국사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방대한 영국의 역사 가운데서 오늘은 영화의 주인공인 앤 여왕과 관련된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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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포인트 - 당시 영국의 정치적 특징
먼저, 당시 영국의 정치적 특징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고 들어가는 것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도, 다음에 설명할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좋을 것 같아요. 17세기 영국은 혁명의 시대였는데요. 이 혁명은 왕권에 대항하여 의회의 권리를 주장하고 확립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앵글로 색슨 족의 후예라고 생각했어요. 고대 영국 땅에서는 앵글로색슨 족의 전사들이 들판에 모여 중대한 사안에 결정을 내리고, 부족장을 추대하곤 했었는데요. 17세기 영국 사람들은 이것이 영국인들의 오랜 전통이라고 판단하고 이 회의를 의회의 모태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의회의 전통과 권리를 중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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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예혁명⚜️
제임스 1세와 찰스 1세의 전제정치로 발생한 청교도 혁명 이후 영국에는 왕정 대신 공화정이 들어섰는데요. 이 공화정을 이끈 ‘크롬웰’이 강압적으로 통치하여 영국은 다시 왕정이되었어요. 그런데 이후 취임한 찰스 2세와 제임스 2세는 여전히 반의회적 정치를 펼쳤고, 이에 의회는 혁명을 또다시 일으켜 제임스 2세는 폐위되었습니다. 의회는 메리와 윌리엄을 공동 왕으로 추대하였고, 이들은 의회의 권리를 승인해서 영국은 입헌군주제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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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명예혁명 이후 후계가 없던 메리의 동생 앤이 즉위하였고, 앤 여왕 치세 때 영국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 참여합니다. 영화에도 계속 등장하는 전쟁이 바로 이 전쟁이에요.
이 전쟁은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2세가 후계 없이 사망하자 그의 왕위를 누가 이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발발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정통한 후계자는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손자인 앙주 공작 필리프였어요. 그러나 프랑스 왕족이 스페인 왕가의 후계를 이어 프랑스와 스페인의 권력이 막강해져 유럽 내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것을 꺼려 한 영국은 이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와 동맹을 맺어 선전포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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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중
전쟁에 대해 논의하는 휘그당(왼쪽 진영)과 토리당(오른쪽 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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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에는 명예혁명 과정에서 나누어진 의회의 두 당, 토리당과 휘그당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전쟁을 지속하자는 휘그당의 의견이 우세하여 전쟁에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앤 여왕의 절친이자 궁 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사라 역시, 휘그당의 당수와 친했고 그녀의 남편은 전장에 나가 싸우는 군인이었습니다. 반대로 토리당에서는 막대하게 드는 전쟁 비용을 근거로 전쟁을 반대하고 프랑스와의 화친을 주장했습니다. 영화에도 이 두 당파의 치열한 대립이 잘 드러나 있어요.
이 전쟁으로 영국은 이베리아 반도*의 지브롤터 지역을 차지하여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 :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반도를 이베리아 반도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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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인
이제 영화의 주인공인 세 인물들에 대해서 좀 더 다뤄보고자 합니다. 실제 인물들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도 함께 알아볼까요?
1. 앤 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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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여왕은 명예혁명 이후 후계를 남기지 못하고 사망한 윌리엄 3세와 메리 2세의 뒤를 이어 즉위했는데요. 언니 메리처럼 앤 역시 후계를 이을 자식이 없어 앤 여왕 사후 영국의 왕조는 교체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도 자식을 17명이나 잃었다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또 통풍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실제로도 앤 여왕은 건강이 좋지 않아 궁궐 내에서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이루지 못한 모성애에다 성하지 않은 몸까지, 영화 속에서 앤은 상처도 많고 여린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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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처칠의 남편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활약한 존 처칠인데요. 이 존 처칠은 영국의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의 조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윈스턴 처칠이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 글에서 발견되어 작성되었다고 하네요.
사라는 앤 여왕의 화장법, 말투는 물론이고 개인 일정까지 관리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는데요. 앤과 사라의 사이를 증명해 주는 편지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앤 여왕이 사라에게 보낸 편지에는 “my dear adored Mrs. Freeman!” 이라는 그녀를 향한 애칭도 등장합니다.
앤과 가까운 만큼 사라는 국정을 관리하고, 앤의 대리인으로서 예산을 결정하고 외교 문제에도 나설 정도로 권력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사라는 앤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권력을 추구하는데요, 다정한 듯 보이지만 이 감정을 솔직하고 투박한 말과 행동에 감춰놓고 있어요. 그래서 앤은 이런 사라의 솔직하고 다소 거친 태도에 툴툴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라는 이에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 사랑” 이라고 말하죠. 사라는 그 솔직함이 가끔은 상대를 외롭게 하고 아프게 한다는 것을 몰랐던 걸까요.
3. 애비게일 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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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 애비게일 힐입니다. 애비게일은 안정된 사라와 앤의 관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죠. 그녀는 두터운 이 두 사람 사이를 영악하게 파고듭니다. 겉으로는 다정하고, 사랑하는 척을 하지만 그 속은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특히나 사라를 견제하며 사라에게 해를 끼치려고 결심하는 장면은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음침한 느낌이 극대화되면서, 애비게일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사라가 애정을 바탕으로 권력을 얻었다면, 애비게일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기반으로 사랑을 연기한 것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목표를 두고 벌어진 세 여인의 싸움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더 페이버릿>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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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영화는 실제 인물들이 했던 권력, 사랑에 대한 싸움처럼 세 배우의 치열한 연기 배틀도 아주 볼만합니다.
저는 절규하고, 분노가 폭발하는 그런 연기도 명연기이지만 배우가 캐릭터 그 자체인 것처럼 꼭 들어맞는 것도 명연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앤 여왕 역할을 맡은 올리비아 콜먼 배우가 꼭 그랬어요. 괜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매력 있는 캐릭터와 배우들이 기다리는 18세기 영국으로 여러분들도 훌쩍 떠나보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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