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요즘 곳곳의 나무들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건강한 초록 잎을 마구 드리우고 있습니다. 저는 가장 좋아하는 색이 초록색인지라, 요즘 거리를 거닐 때면 눈이 즐거운데요.
지난 2017년 초록색의 택시를 타고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전하려 애쓴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택시운전사> (2017)입니다. 며칠 뒤이면 5월 18일인 만큼, 이 영화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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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운전사> (2017)
- 감독 : 장훈
- 출연 : 송강호, 토머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 장르 : 드라마, 시대극
- 러닝 타임 : 2시간 17분
- 스트리밍 : 왓챠플레이
- 수상 : 제38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54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 네이버 평점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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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
오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인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고 갑시다. 1979년 겨울, 박정희 유신 정권이 막을 내린 이후로 한국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을 필두로 한 새로운 군인 세력(신군부)이 나타나 한국 사회를 장악하였죠. 그러나 겨울이 있어도 봄은 오는 법. 1980년 새학기가 되자 학생들은 해산되었던 학생회를 부활시키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전두환은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휴교령을 내려 학생들이 시위에 조직적으로 참여할 수 없게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위를 주둔한 학생들을 체포하고, 주요 학교 근처에 군대를 주둔시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어요.
*비상계엄 : 비상계엄은 전쟁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국가 비상 상황에서 국가의 안녕과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군사권을 발동하여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긴급권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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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중
시위에 참여한 광주 청년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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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군부의 이런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지역이 바로 광주였습니다. 5월 18일, 광주에서는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데모를 시작했습니다. 군인들은 학생들을 진압하였으나, 이들이 진압하면 할수록 오히려 학생들은 물론이고 광주의 시민들까지 합세하여 시위에 참여하였습니다. 시위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그만큼 희생자도 늘어났습니다.
5월 20일에는 택시와 버스 기사들이 시위에 가담하여 자신들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차량을 내걸고 다친 사람들을 이송하고 차량 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런 흐름에 5월 21일에 시위는 절정에 달했고 계엄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이렇게 치열한 시위가 일어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광주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군부가 의도적으로 광주의 상황을 은폐시켰기 때문이에요. 위험 세력들이 광주로 진입하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것이라는 식으로 발표했고, 민주화운동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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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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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찾은 김사복 씨의 이야기
이렇게 당시 광주의 소식을 아무도 모를 때에, 당시에 광주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가 취재를 할 수 있게끔 광주로 데려가 준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가 바로 <택시운전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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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충실하게 잘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와 다른 부분도 꽤 많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개봉 이전에는 김사복 씨가 누구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한국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힌츠페터 기자는 물론이고 <택시운전사>의 제작진들도 김사복 씨를 찾으려 수소문했습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사복 씨를 찾지 못했고 영화에서 김사복 씨에 대한 부분은 픽션에 기반하여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 기적처럼 김사복 씨의 아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이 덕에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김사복 씨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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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개봉 당시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의 트위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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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필 씨는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까지 아버지의 이야기가 이렇게 유명한 줄 몰랐었다고 전합니다. 영화도 본인과 아들, 아들의 친구가 함께 보러 갈 때, 아들의 친구가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비슷한 영화가 있다고 해서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순간 첫 장면에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라는 문구와 마지막 힌츠페터 기자의 실제 인터뷰 장면에서 아버지의 성함을 들으며 깨달았다고 합니다. (김승필 씨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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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필 씨가 전한 김사복 씨의 이야기는 영화 속 송강호가 연기한 인물과 사뭇 달랐는데요.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영화 속의 인물은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당시 김사복 씨는 호텔 택시를 운영했습니다. 1980년대 당시에는 86 서울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을 겨냥해서, 호텔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택시에 면허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김사복 씨는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파레스 호텔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각종 택시 조합에 물어가며 김사복 씨를 찾으려 했던 힌츠페터 기자와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 김사복 씨는 오늘날까지도 살아있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김사복 씨는 1984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 역시 그가 여러 수소문에도 응답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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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중
광주의 상황을 취재하는 위르겐 힌츠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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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와 달리 김사복 씨는 영어에 능통했고 평소 학식이 있어 일본 NHK 기자의 소개로 힌츠페터 기자와 만났고 광주의 상황도 아는 상태로, 광주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실제와 다른 몇몇 부분들이 있지만, 힌츠페터 기자가 김사복 씨에게 과자를 준 장면은 같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힌츠페터와 김사복 씨는 출국 전 힌츠페터가 찍은 광주의 모습이 담긴 필름들을 과자 통에 숨기는데요. 이때 힌츠페터 기자는 김사복 씨에게 딸을 위한 것이라며 과자 한 통을 선물로 줍니다. 실제로 광주를 갔다 돌아온 김사복 씨는 평소와 달리 상태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의 상태에 의문을 품는 아들에게 아무 말씀 없이 뒷좌석에 과자가 있으니 가져다 먹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 우연의 일치는 제작진은 실제 사연을 알지 못했지만 힌츠페터 기자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재현한 것이었는데요. 이 외에도 제작진은 실제 당시 광주의 모습을 영화 속에 녹여내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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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신발 한 켤레
영화 속에는 신발이 여러 켤레 등장하는데요. 저는 이 신발이 애틋함과 애도의 메타포라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광주에서 만난 청년 재식(류준열 분)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여기서 신발은 위로와 애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장훈 감독이 인터뷰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여러 자료 사진 중에 사람은 없고 신발만 널려 있는 사진을 보고, 그 신발들의 주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을 넣었다고 합니다. 장훈 감독 역시 그 행동이 광주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위로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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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의 사진을 지난 2020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 전시회에서 봤어요. 전시는 그해 오월 저마다의 자리에서 광주를 목격하고, 지키고, 알리려고 애썼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미 관람 기간이 한참 지난 전시지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VR 온라인 전시로 감상할 수 있으니 관심 는 분들은 둘러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 전시회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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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는 16번 전시물이 인상 깊었는데요. 사진을 보시면 위의 화면에는 당시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전개되던 과정이 영상으로 소개되고, 아래에는 실제 광주 거리를 축소해놓은 모델이 있는데 여기에도 영상을 투사하며 긴박하게 진행된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전시물이었어요. 전시물이 참신하기도 했고, 글로 배웠던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실제로 본 느낌이라 당시 광주의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져 한동안 이 앞을 떠나지 못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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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는 사적인 영화관의 1호에서 소개한 <암살>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하는 천만 영화인데요. 워낙 많은 분들이 보신 만큼 이 영화를 다루는 것이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 염려되네요😥 그렇지만 잘 아는 영화여도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라며 저는 그럼 6월에 또 흥미로운 영화와 소식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초록의 계절을 마음껏 누리며 건강한 5월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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