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적인 영화관입니다.
보존과 보호의 부대,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2014)
#2차대전 #MFAA #문화재 보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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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의 노력은 미약한 것이겠지만
저의 믿음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위대한 문화유산이
개인의 소유일 순 없지요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史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새해 첫날 발행되었던 003호 <우먼 인 골드>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아름다운 그림에 얽힌 슬픈 사연과 2차 대전 당시의 아픈 역사, 그리고 문화재 반환에 대한 내용까지 다뤄보았었는데요. 이번 호에서 소개해 드릴 영화도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과 문화재 보호에 대한 영화입니다. 사적인 영화관의 네 번째 영화는 바로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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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2014)
- 감독 : 조지 클루니
- 출연 :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등
- 장르 : 드라마, 전쟁
- 러닝 타임 : 118분
- 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 원작 : 로버트 에드셀, <모뉴먼츠 맨: 히틀러의 손에서 인류의 걸작을 구해낸 영웅들>
- 예고편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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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먼츠 맨>은 2차 대전 당시, 연합군 측에서 문화재를 보호, 보존하기 위해서 창설된 특별 부대의 이야기입니다. 군인이 나라를 지키거나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호하고 관리한다니 상당히 이색적이지 않나요? 모뉴먼츠 맨 부대는 적군을 소탕하고 맞서 싸우기 위한 군사 부대가 아니라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 예술품들을 지키기 위해서 전장에 뛰어든 다소 특이한 부대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도 미술관 관장, 건축가, 미술품 복원 전문가나 큐레이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죠. 2차 대전 당시 나치와 히틀러는 많은 미술품을 약탈해서 독일과 점령지에 숨겨두었는데요,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은 이를 추적하고 되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이런 노력과 과정을 영화에서도 주로 다루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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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2차 대전 당시 나치와 히틀러는 전쟁을 하면서 정복한 나라에 있는 세기의 걸작들을 빼앗아갔어요. 이들은 해당 국가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있는 오래된 작품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도 ‘퇴폐 미술’로 간주하여 강탈해갔는데요, 특히나 유대인들의 개인 소장품들을 빼앗아갔어요.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난 호에서 다룬 영화 <우먼 인 골드>에서 잘 설명해준답니다. 👉 지난 레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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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적인 포인트! - 퇴폐 미술?!
나치는 예술 작품도 일종의 선전 무기로 사용했는데요, 자신들만의 기준을 세워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예술가들을 탄압하고 이들의 작품을 검열했어요. 그래서 16,000개가 넘는 현대 미술 작품들이 히틀러에 의해 독일 박물관으로 압수되었습니다. 특히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보다 자신들의 감정과 표현을 더 중시했던 마티스나 피카소, 샤갈 등 많은 추상 미술 화가들의 작품이 검열 대상이었어요. 이들의 작품 속에서 하늘은 분홍색, 노란색 등으로 표현되었고 사람의 피부색도 빨간색, 초록색으로 자유롭게 표현되었죠. 나치는 이런 점이 퇴폐적이라고 간주했고, 이들 작품과 더불어 많은 작품들을 통제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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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치는 그 많은 미술품들을 왜 약탈해간 것일까요? 히틀러는 1938년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로마 건축의 화려함과 피렌체 미술관에 모여있는 걸작들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의 제국에도 피렌체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고향 오스트리아 린츠를 나치 독일의 피렌체로 만들기 위해서 이곳에 총통 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심했어요. 총통 박물관은 나치 제국의 가장 큰 미술관이 될 예정이었고, 박물관은 물론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콘서트홀, 영화관과 도서관까지 포함한 일종의 복합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히틀러의 고향에 세워질 나치 독일의 거대한 박물관은 히틀러의 채워지지 못했던 예술가로서의 열망*과 나치 독일의 권력을 선전하는 상징이 되었을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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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가졌던 예술가로서의 열망은 무엇인가요🤔?
히틀러가 화가 지망생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16살이 되던 해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 아카데미에 지원했지만 낙방했습니다. 이후 한 번 더 지원했지만 또다시 떨어졌어요. 빈 아카데미에 지원을 포기한 그는 생계 화가로서 활동하다가 1차 대전이 일어나자 입대하였습니다. 이런 이력때문이었을까요? 그는 미술품 수집에 특히나 열을 올렸습니다. 그는 권력을 잡은 후 미술품 수집을 위해 특수조직까지 만들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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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한 히틀러와 총통 박물관 설계 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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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중,
회의 중인 모뉴먼츠 맨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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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치와 히틀러의 욕망을 저지하기 위해서 위험천만한 전쟁터를 누볐던 사람들이 바로 모뉴먼츠 맨들이었어요.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은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어요. 주인공들의 이름도 실존 인물들과 달랐고 모뉴먼츠 맨들의 구성 인물도 줄였답니다. 실제 모뉴먼츠 맨은 13개국에서 모인 350명으로 구성된 부대였어요. 이들 중에서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파견된 사람들이 약 20명 정도였고 이들은 최전선에서 용감하게 약탈된 문화재들을 추적하고, 복구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모뉴먼츠 맨은 MFAA(The Monuments, Fine Arts, and Archives program)의 다른 이름으로, 몬테 카시노 수도원 폭파 사건을 계기로 결성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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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史적인 포인트! - 몬테 카시노 수도원 폭파 사건
1943년 말 연합군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북쪽으로 이동하여 로마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독일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격을 저지하려고 로마 남쪽에 방어 요새를 건설했어요. 이때 건설한 주요 방어 전초 기지가 329년에 세워진 몬테 카시노 수도원이었어요.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는 2차 대전 당시 벌어진 전투 중에 가장 가혹했던 전투 중 하나였습니다. 견고한 독일군의 방어에 연합군은 낙담했고,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연합군은 1944년 2월 15일 몬테 카시노 수도원을 폭파했습니다. 연합군의 폭격에 수도원은 무너졌고 23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도원 폭파 사건은 국제 언론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요. 위대한 문화유산을 파괴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던 반면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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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의 초기 업무는 연합군, 나치 등을 가리지 않고 회화와 조각, 서적, 성당과 저택 등과 같은 건축물이 악의로 파괴되지 않도록 보고하고 관리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이후 나치가 조직적으로 예술작품을 약탈하고 파괴하자, 이를 회수하고 보호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모뉴먼츠 맨은 노력 끝에 독일에서만 1,500개의 나치의 비밀 저장고를 찾았고 오스트리아 알타우세 소금 광산에서도 수천 점의 문화재를 발견했어요.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의 성 모자상과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를 비롯한 수많은 미술품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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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타우세 소금 광산에서 발견된 미켈란젤로의 성 모자상
🔍史적인 포인트! - 알타우세 소금 광산
알타우세는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작은 마을로, 이곳에 있는 소금 광산은 1943년부터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들을 숨겨두었던 공간으로 사용되었어요. 광산에는 137개 정도의 터널이 있었고, 그 깊이는 지하 800미터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알타우세 소금 광산은 나치들이 약탈해온 수백 개의 예술 작품을 숨기고 이를 연합군의 폭격으로부터 보호하기에도 아주 적합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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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먼츠 맨> 중,
클레어 시몬느(케이트 블란쳇 분)와 제임스 그레인저(맷 데이먼 분)이 자료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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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 외에도 다른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클레어 시몬느입니다. 클레어 시몬느는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이 많은 미술품을 발견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에요. 그녀는 파리 죄드폼 미술관에서 일할 당시, 이곳에 독일군이 약탈한 미술품들을 모아두자 이에 대한 정보를 목록화하고 상세하게 기록하였는데요. 이 정보를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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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클레어 시몬느는 로즈 발랑이라는 인물을 모델로 하여 만든 캐릭터 입니다. 로즈 발랑은 파리 죄드폼 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그곳에 드나드는 나치 장교들의 대화를 엿듣고 기록해두었으며, 미술품들의 정보를 매우 상세하게 수집하였어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발각되면 당장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정보를 모았고 이 정보를 파리의 레지스탕스들에게 전달하는 등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수집한 그 정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있는 약탈된 미술품들에 대한 정보였어요. 그녀가 전달한 정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어떤 미술품들이 보관되어 있는지 뿐만 아니라 나중에 정당한 소유자에게 그 문화재들을 반환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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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성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시작할 때 등장하는 성을 다들 한 번쯤은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성은 신데렐라에 나오는 성인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이 모습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디자인을 따온 것이랍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수집한 미술품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어요. 이 곳에서 수많은 미술품들이 발견되었고, 이것들이 발견되기 까지는 로즈 발랑의 힘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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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발랑은 이처럼 2차 대전 중 프랑스에서 도난당한 예술품들을 찾아 반환하기 위해서 끝없이 노력했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어요. 그녀는 은퇴한 이후에도 미술계에서 계속 활동했습니다.
모뉴먼츠 맨 부대원들은 물론이고 로즈 발랑과 같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많은 예술품과 문화유산들을 우리가 아직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라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데다가, 예술품이나 보호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이들은 자신의 신념을 다해 작품을 지키기 위해 힘썼습니다. 실제로 모뉴먼츠 맨 부대는 특수부대였지만,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었어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이들의 요구가 상관에게 묵살되고 무시받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차라리 상관에게 무시받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적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모뉴먼츠 맨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유산을 전달하기 위해서 최전선에서 노력했습니다. 이들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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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까지 2차 대전 당시 나치와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보았어요. 비슷한 소재를 가진 영화라 연관 지어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두 영화를 비교하며 보면 또 다른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호에서 소개해드린 <우먼 인 골드>에서는 나치에게 소중한 그림을 빼앗긴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오늘 다뤄본 <모뉴먼츠 맨>은 좀 더 전문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나치의 약탈 행위를 저지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런 차이점들을 떠올려본다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흥미로운 영화와 역사 얘기를 들고 2월 1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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