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적인 영화관입니다. 001호 <암살>(2015) 어디까지 봤나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천만영화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史적인 영화관>에서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바로 <암살>(2015)입니다. 이정재, 전지현, 하정우 등을 비롯한 여러 스타 배우들과 <타짜>,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맡았던 독립운동가들을 다룬 영화이죠. <암살>은 총 누적 관객 수 1,200만으로 역대 국내 상영 영화 흥행 순위 중 11위에 올라 있습니다. 특히나 영화가 개봉했던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요, 8월 15일 광복절 오전 8시를 기준으로 1,000만 관객을 달성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을 가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에디터는 <史적인 영화관>의 첫 호인 만큼 많이들 보셨을 작품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했어요.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암살>에 대해서도 양면적인 평가가 존재합니다. 독립운동이라는 심각한 메시지를 액션, 코미디와 결합시켜 너무 어렵지만은 않게 그리면서도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영웅적 면모를 잘 다루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영화가 너무 상업적이고 허구적이라는 비평도 존재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통해 역사적 진실과 영화적 허구의 경계에서 <암살>이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 ⓒ네이버 영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암살>을 통해 보는 근현대사 <암살>은 1919년부터 1949년까지의 무려 30년에 달하는 긴 역사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영화에는 항일운동부터 해방 이후의 반민특위*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굵직한 흐름들이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범위를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서 최동훈 감독은 ‘대하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어요. 여기서 잠깐, 최동훈 감독에 대해서 알아보고 갈까요? 감독의 특징을 알고 영화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반민 특위 :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여기서 반민족 행위는 곧 친일 행위에요. 즉, 대한민국 정권 수립 이후, 친일파 처단을 위한 예비조사를 담당했던 위원회입니다. 🕵️♂️ 최동훈 감독
이런 최동훈 감독의 성향이 반영되어서, <암살>은 독립투사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장면이 등장하고 큰 스케일의 볼거리와 액션신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이전 작품들보다는 확실히 무게감이 있는데요. 최동훈 감독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독립군들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일제의 모진 압력 속에서 독립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향해 달렸던 독립군들의 외로움과 두려움은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진실과 허구 ⓒ네이버 영화 최동훈 감독의 특징인 입체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은 <암살>에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각기 다른 입장과 배경을 가진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서 당대의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고 있어요. <암살>을 이끌어가는 주된 주인공은 염석진(이정재 분), 안옥윤(전지현 분),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인데, 이 셋은 주로 활동하던 장소도, 각자의 입장도, 완수해야 하는 임무도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이 얽히고설키면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초대 총독 데라우치 암살 작전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염석진(이정재 분)은 독립운동가로 등장해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영화의 주된 시점이 되는 1933년에 염석진은 일제에 독립운동 정보를 고발하는 ‘밀정’이 되어 관객들에게 반전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극이 진행되는 내내 다른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요. 일제에 비밀 암살 작전을 몰래 고발하고, 동료들을 배신하며 친일파가 되어 직접적으로 독립군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암살 작전이 일단락된 뒤 염석진은 끝내 살아남아 해방 이후 고위 경찰직에 오른 듯한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권력을 바탕으로 반민특위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염석진의 이런 행보는 우리 근현대사의 아픈 면을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독립운동가 동료를 배신하고 친일파가 된 모습이라던가, 친일파들이 역사의 재판을 받지 않고 피해 가는 모습 등 말이에요. 이런 면은 절대 영화적 과장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데요, 염석진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노덕술’이라는 인물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어요. ![]() ⓒ네이버 영화 🕵️♂️노덕술이 누구냐고요?
ⓒ네이버 영화 이런 염석진에 대항하여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 캐릭터는 바로 안옥윤입니다. 안옥윤은 그간 일제 강점기를 다룬 콘텐츠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여성 독립운동가 캐릭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안옥윤 캐릭터의 가정사나, 쌍둥이 설정 등은 허구적인 면모가 많지만 안옥윤 역시 실제 독립운동가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에요. 그 모델은 바로 독립 운동가 남자현 선생님입니다. 남자현 선생님은 만주를 근거지로 활동을 하다가 암살 작전 전개를 위해서 국내로 들어오는데, 이는 안옥윤 캐릭터도 마찬가지지요. 또, 극 중에서 안옥윤은 암살 작전이 끝난 이후 자신의 재산을 독립군 자금으로 쓰라며 익명으로 임시정부에 전달합니다. 남자현 선생님도 독립 축하금 명목으로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셨어요. 다만 영화 속에서는 1933년이 사건의 중요한 시점이지만, 남자현 선생님은 1933년에 순국하셨습니다. ![]() ![]() ⓒ네이버 영화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루었다는 점 외에도 <암살>이 역사 콘텐츠로서 갖는 또 다른 의의가 있는데 이는 바로 조승우 배우가 연기한 약산 김원봉에서 나타납니다. 김원봉은 독립 운동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데요, 경찰서와 같은 일제 식민 통치 기관을 공격했던 항일 무장 단체인 의열단의 단장이었고, 중국 국민당 정부와 협력하여 항일 무장 투쟁을 주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가 광복 이후 1948년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하면서, 국내에서 그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답니다. 그간의 콘텐츠와 달리 <암살>에서 김원봉은 김구와 매우 친밀한 사이로, 암살 작전을 지시하고 주도하는 등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패전을 선언하고 독립투사들을 추모하는 술자리를 갖는 등 김구와 김원봉은 막역한 사이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둘의 사이는 영화에서처럼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어요. 특히나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30년대에는 김원봉이 사회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항일 운동에 대해서 두 사람 사이에 의견 차이가 꽤나 컸습니다. 광복 이후 정치 활동에서도 김원봉은 좌익 계열이었던 반면 김구는 철저한 우익 계열이었어요. 여기서 또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김원봉이 남한에서 활동을 하다가 북으로 한 계기가 바로 앞서 언급한, 염석진 캐릭터의 모티브였던 노덕술의 고문 때문이었다는 점이에요. 아픈 역사에 대한 영화적 위로 이처럼 <암살>은 팩트와 픽션을 적절하게 혼합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의 아픔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서 위로하고 있어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김구와 김원봉의 1930년대 합작이라던가, 처벌받지 않고 살아 남은 친일파에 대한 복수 같은 장면들은 해소되지 않은 역사의 응어리를 영화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라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환상적 위로를 전달하는 것이죠. <암살>이 보여준 이런 영화적 역사 청산은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원했던 소망이 아닐까 합니다. <암살>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에 많이들 공감했기 때문에 1,0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달성되지 못한 임무를 허구로라도 완수하고 싶었던 거죠. 마치 영화 속에서 염석진이 밀정이면, 그를 처단하라는 임무를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끝내 완수한 안옥윤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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