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에서 다룰 영화는 <주전장>(2019)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적인 영화관의 구독자 여러분. 봄의 기운이 잔뜩 무르익은 5월입니다. 이번 레터에서 소개 해드릴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 <주전장>(2019)입니다.
사적인 영화관을 운영하면서, ‘어떤 영화를 다뤄볼까’하고 고민될 때 제가 늘 참고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레터가 발행되는 날짜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입니다. 3.1운동 같은 굵직한 사건을 다루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쩌면 개인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
|
|
🎞 <주전장> (2019)
- 감독 : 미키 데자키
- 장르 : 다큐멘터리
- 러닝 타임 : 2시간 1분
- 스트리밍 : 네이버 시리즈온
|
|
|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
|
|
💬 오늘의 이야기
- 1998년 5월 1일, 훈 할머니 이야기
-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말로 싸우는 전쟁터, <주전장>
- 소녀상으로부터 시작된 논쟁
|
|
|
25년 전 오늘, 1998년 5월 1일, 캄보디아에 살던 ‘훈 할머니’ (본명 이남이 씨)가 귀국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훈 할머니가 누구기에 화제가 되었냐구요? 그녀는 1943년 일본군 위안부로 징집되어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곳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가 그곳에서 또 이동하여, 한 달 뒤 캄보디아로 끌려가게 되어요. 이후 위안소에서 끔찍한 생활을 하며 자신의 이름과 가족, 그리고 한국어도 잊어버린 할머니는 일본의 패망 이후에도 캄보디아에서 살게 됩니다.
|
|
|
그러던 중, 1996년 한국인 사업가를 우연히 만난 훈 할머니의 손녀가 사업가에게 할머니의 사연을 전하였는데요. 할머니의 사연이 캄보디아 신문에 보도되고, 이어서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표했고, 위안부 후원단체와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한국에 돌아온 할머니는 한국의 가족들을 극적으로 만났고, ‘이남이’라는 본명과 한국 국적도 되찾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1998년 5월 1일, 한국 국민으로 영구 귀국하기로 했답니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과 귀국의 행복도 잠시, 할머니는 캄보디아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한 여러 고통에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후 2001년 숨을 거두셨는데요.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한국을 그리워하고 자신을 반겨준 한국에 고마워했다고 하네요. 훈 할머니 이야기를 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영화를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
|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말로 싸우는 전쟁터, <주전장> |
|
|
<허스토리>, <귀향> 등 드라마 요소가 가미된 영화부터, <김복동>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는 꽤 익숙한 영화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주전장>은 굉장히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영화들과 달리 <주전장>에는 우리나라의 입장뿐만 아니라 일본의 입장, 다시 말하면 일본 내 우익 세력의 입장이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들의 입장이 특정한 스토리나 캐릭터로 빗대어 표현되지 않고, 자신들의 입을 통해 적나라하게 영화에 전시된다는 것 역시 특이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떤 영화기에 이런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
|
|
우선 감독이 누군지를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러면 영화의 구성을 이해하기가 조금 쉬워진답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계 미국인으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제3자의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유튜버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채널에 일본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는데요. 그 이후 일본 우익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그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가 우익들에게 인신공격 당하는 것을 보며 왜 그토록 이들이 이 문제를 감추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 변호사, 사회 운동가, 법사학 교수 등 다양한 관련자들을 만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
|
|
소녀상으로부터 시작된 논쟁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는 미국 글렌데일의 소녀상 건립 문제입니다. 미국 LA 북동부에 위치한 글렌데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이는 해외 최초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합니다. |
|
|
한국, 또는 일본과 관련도 없는 먼 곳 글렌데일에 소녀상이 건립된다고 하니 미국 내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반대 선전 운동이 펼쳐졌습니다. 미국 내 반대운동을 전개한 이들은 물론이고, 일본의 수정주의자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짓이거나, 과장되어 알려져 있다고 주장을 하는데요.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고, 20만 명이라는 수치는 거짓이며, 이들은 강제 징집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미키 데자키 감독은 다른 역사학자, 전 일본군, 변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의견을 보여주면서 반박해 나갑니다. |
|
|
나아가 영화는 수정주의자들이 일본 내 정치 또는 미디어 권력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까지 다루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전해줍니다. |
|
|
영화는 평화의 소녀상과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는 일본 대중들에게 숨겨진 존재라고 표현하며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을 강조하며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인종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며 의사를 밝혔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잘 정리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궁금하시다면 <주전장>을 추천해 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