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에서 다룰 영화는 <박열>(2017)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지난 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2023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삼월이 찾아왔네요. 오늘은 삼일절인데요. 그런 의미로 이번 레터에서는 이준익 감독의 <박열>(2017)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사적인 영화관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소개해드리는 것은 <동주>, <자산어보>에 이어 세 번째인데요. 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과 연기 장인 이제훈 배우가 만난 <박열> 지금부터 파헤쳐보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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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 (2017)
- 감독 : 이준익
- 출연 : 이제훈, 최희서 등
- 장르 : 시대극, 전기 등
- 러닝 타임 : 2시간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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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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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 박열의 생애
- 가네코 후미코
- 동주와 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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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의 주인공인 박열의 생애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1902년 문경에서 태어난 그는, 학업 생활을 하던 중 1919년 3·1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인들을 향한 일제의 고문과 탄압을 전해 듣고, 국내에서는 독립운동을 전개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18살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그리고 도쿄에서 흑도회, 흑우회 등 사상단체를 만들어 항일 활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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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 1922년 사상적 동지이자 반려자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여러 동지와 함께 ‘불령사’라는 비밀결사를 만들고 활동하였어요. 그러다 1923년에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였는데요. 연례 없던 피해 규모에 일제는 사회 혼란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루머를 퍼트렸어요. 일제의 선동에 수많은 죄 없는 조선인, 그것도 민간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살해당했습니다. 이 당시 박열과 동지들 역시 학살을 피해 도망 다니다 일제에 체포당하게 됩니다.
취조 도중, 불령사의 폭탄 구매 계획이 발각되고 일제는 이것을 ‘천황 암살’을 꾀한 사건으로 날조하여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무기징역형을 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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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2개월이라는 아주 긴 옥살이 끝에 박열은 1949년 귀국하였어요. 그리고 김구의 부탁으로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3 의사의 유해를 국내로 수습해오는 일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발발했고, 서울에 있던 그는 북한군에 의해 납북됩니다. 이후 북한에서도 평화통일을 위한 활동을 하다가 1974년 서거하였습니다.
영화는 1922년부터 1923년까지의 짧은 시기만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의 항일 운동, 불령사 동지들, 그리고 가네코 후미코와 재판을 준비하던 이야기를 집중해서 보여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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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터에 적혀있는 문구는 박열이 쓴 ‘개새끼’라는 시인데요.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가 해당 시를 읽고 박열의 사상에 동감하는 장면으로 말문을 엽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네코 후미코는 민족적 차이를 넘어 박열과 함께하는데요.
영화에는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가 박열의 이야기만큼이나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가네코 후미코의 수기와 평전, 재판 기록, 당시의 신문 기사 등 사료를 참고로 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현되었는데요. 그래서 영화의 첫 장면에 앞서 스스로 고증에 충실한 영화임을 밝히며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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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는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 생을 마감하였는데요. 박열의 고향인 경북 문경에 묻혔다가, 이후 문경에 위치한 박열의사기념관으로 이장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 이곳에 방문했었는데요. 사실 당시에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잘 몰라 그저 슬쩍 둘러보고 온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방문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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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박열
앞서 이준익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었는데요. <박열>은 <동주> 다음에 개봉한 영화인데요. 그래서 <동주>와 비슷한 구석이 여럿 보이기도 한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커다란 공통점 외에도, 두 영화는 모두 당시를 살아간 한 젊은이의 신념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에서 <동주>가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것을 보고, <박열>도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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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흑백으로 촬영된 <동주>와 달리 <박열>은 컬러로 촬영되었는데요. 이를 두고 이준익 감독은 <박열>은 실존 인물들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신념, 인식 체계를 흑백으로 표현하게 될 경우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지나치게 미화될 수 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동주>는 ‘시’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컬러로 규격화하기보다는 시로부터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흑백으로 촬영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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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부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상 심각하거나, 억울하거나, 진지한 캐릭터로 그려지곤 했잖아요. 그런데 <박열> 속 이제훈은 욕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머리도 정돈되어 있지 않고 성격도 대찹니다. 그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특히나 기억에 남네요. 실제로도 대담한 행동을 한 그의 일화들이 영화 곳곳에 그려지니 궁금하신 분들은, 이번 삼일절에 한 번 감상해보세요😚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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