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에서 다룰 영화는 <바빌론>(2022)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지난 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언제 끝날까 싶던 추운 날씨도 봄의 기운에 물러나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봄이 가까이 와있더라고요. 여유가 되신다면 가까운 곳으로 가볍게 산책을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는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바빌론>(2022)입니다. <바빌론>은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1920~30년대의 영화 산업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어요.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감독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을 하여,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미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
|
|
🎞 <바빌론> (2022)
- 감독 : 데이미언 셔젤
- 출연 :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등
- 장르 : 드라마, 시대극, 블랙 코미디 등
- 러닝 타임 : 3시간 8분
|
|
|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
|
|
💬오늘의 이야기
- 무성영화 VS 유성영화
- 잭과 넬리 그리고 매니
- 사랑은 비를 타고
|
|
|
사실 <바빌론>은 특정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콕 집어서 그려낸 역사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영화의 역사를 다루고 있고 또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의 변화와 역사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배경이 되는 이 시점에는 할리우드 영화 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요. 바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발전이 진행되던 시기였습니다. 무성영화는 등장인물의 대사 즉, 말소리가 없는 영화인데요, 보통 극장에서 오케스트라가 그 자리에서 연주하여 배경 음악과 반주를 넣으며 관객들에게 사운드를 전달했어요. 또, 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배우의 연기가 끝난 뒤에 검은 배경에 글자만 넣어 대사를 표현했어요.
|
|
|
그러다 1920년대 후반이 되어,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성영화가 등장하게 됩니다. 1927년에 개봉한 <재즈 싱어>는 세계 최초의 장편 유성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거두며 무성 영화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바빌론>에는 실제로 당시에 있었던 영화나 영화인들을 몇몇 언급하면서 관객들에게 몰입을 선사하는데요. <재즈 싱어> 역시 <바빌론>에 언급되어요. |
|
|
아무튼! 유성영화가 등장한 이후, 영화 업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배우가 대사를 읊기 시작했으며, 화면과 잘 어울리는 음향 효과와 배경 음악이 삽입되었어요. 그런데 단순히 이렇게 영화의 형태만 바뀐 것이 아니라, 영화 산업에서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해요. 촬영장에서 동시 녹음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장 내의 방음이 매우 중요해졌고, 녹음을 위한 음향 기사가 등장했으며 마이크 등 새로운 장비를 사용해야 했죠. 이에 따라 촬영장 안팎에서의 행동을 제한하는 규율이 이것저것 생겨났고, 스태프들의 인권 등 윤리 의식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어요. 이전에는 구경하지 못했던 달라진 시스템에 많은 배우들은 혼란을 겪었고, 몇몇은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리고 적응에 실패한 많은 사람들이 업계를 떠나기도 했고요. |
|
|
<바빌론>에도 이런 혼란스러운 변화가 매우 잘 표현됩니다.
- 당대 최고의 무성영화 배우인 ‘잭’ (브래드 피트)
- 무성 영화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넬리’ (마고 로비)
- 잡일꾼에서 영화제작자로 성장한 ‘매니’ (디에고 칼바)
영화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위의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할리우드 산업에 몸담고 있으며, 유성영화로의 변화라는 파도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게 됩니다. 스타의 위치에 있는 잭과 넬리는, 무성영화 스타로서 사랑받지만 앞서 언급한 유성 영화로의 전환 시기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반면 묵묵히 촬영장 뒤편에서 잡일을 하던 매니는 영화 변화의 흐름을 캐치하고, 영화 산업에 뛰어들어 제작자로서 입지를 다져가는데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처음부터 일부 캐릭터는 할리우드의 가장 상위와 하위에 두고, 이 두 부류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
|
|
세 사람이 어떤 사랑을 받고 또, 어떤 고통을 겪는지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
|
|
사랑은 비를 타고
<바빌론>은 영화의 역사, 영화에 대한 영화다 보니,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다른 영화가 많이 언급되고 삽입되어요. 특히나, 전설적인 뮤지컬 영화인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Singing in the Rain)이 자주 언급되고 등장합니다. |
|
|
<사랑은 비를 타고> 역시 <바빌론>처럼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삽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영화는 사실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1920년대를 시기적 배경으로 삼고 있고, 할리우드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 역시 스타 영화배우로 등장한다는 점이 똑같아요! 그래서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가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듯합니다. |
|
|
<사랑은 비를 타고> 외에도 영화사라면 무조건! 언급되는 훌륭한 영화들이 이래저래 스쳐 지나가는데요.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영화에 대해 절절히 고백하는 장대한 서사시, 고귀해서가 아니라 너라서 사랑해.’ 라는 감상평을 남겼는데요. 사실 영화는 저속하다고 할 정도로 난잡한 영화 업계의 현실을 묘사합니다. (그래서 관람 등급이 19세에요..!🤫)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황홀하고 근사한 영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 자체를 너무나 사랑하는 분이라면 분명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실 거예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