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적인 영화관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史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요 며칠 사이 날씨가 많이 풀렸는데요,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이 끝자락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따뜻해진 날씨에 저 역시 덩달아 들뜨게 되네요. 포근한 봄날을 기대하면서 오늘의 영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3월 1일, 삼일절입니다. 삼일절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독립의지를 표방했던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번 레터는 삼일절을 맞이하여 3·1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유관순 열사에 대한 영화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인 지난 2019년에 개봉한 <항거 : 유관순 이야기>(201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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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거 : 유관순 이야기> (2019)
- 감독 : 조민호
- 출연 :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등
- 장르 : 드라마, 역사
- 러닝 타임 : 1시간 45분
- 스트리밍 :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 네이버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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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는 2019년 2월 말에 개봉하여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3월 1일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여유가 되신다면 오늘 감상을 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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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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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이름, 유관순
유관순 열사는 언니, 누나 등의 호칭으로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분이시죠. 제 경우에는 초등학교 시절 독립운동가에게 편지 쓰기 등의 시간을 통해 만나곤 했던 기억이 날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는 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에서 다뤄진 열사의 모습이 더욱 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또 한 편으로는 너무 잘 알려진 분이다 보니 영화에 흥미가 덜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유관순 열사의 어린 시절부터 보여주다가 학생 신분으로 만세 운동을 준비하고 만세 운동 장면이 절정이 되고 수감되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지만 영화는 이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3·1운동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 갇혀 보낸 1년간의 짧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화 제목 역시 <관순> 내지는 <만세>가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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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적인 포인트! - 유관순 열사
다들 잘 알고 계실테지만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는 게 매너아닐까요? 그래서 영화에서는 생략된 유관순 열사의 생애를 좇아보려고 합니다. 유관순은 1902년 충청도 천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집안은 일찍이 개신교 집안이었고, 그녀 역시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영화에서도 이 면모를 보여줍니다. 1916년 동네의 교회에서 만난 선교사의 추천으로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수학합니다. 유관순은 이화학당 재학 도중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나자 시위에 참여하였습니다. 서울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격렬해지자 일제는 휴교령을 내려 막고자 했는데요. 유관순은 고향으로 내려가 아우내장터에서 열린 만세운동에 참가합니다. 이 독립운동에서 부모님이 모두 일제에 의해 사망하였고 유관순은 체포되었습니다. 그녀는 재판에서 3년 형을 받았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감옥에서도 유관순은 만세를 외치는 등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고, 모진 고문에 처합니다.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출소를 이틀 앞두고 사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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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이미지보다는 영상이 훨씬 많은 내용을 보여주기 때문일까요?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유관순 열사에 대한 내용인데도 몰입할 수 있었어요. 특히나 그랬던 몇 장면들을 꼽아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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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 유관순 이야기> 중
유관순 역할의 고아성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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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영화의 시작인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될 때 사진을 찍는 장면입니다. 이 모습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열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 사진이 고초로 인해 부어 원래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화에서도 열사의 모습은 눈이 퉁퉁 부어있고, 몸에는 상처가 가득하며 맨발에 족쇄를 채워진 채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빛만은 상처하나 입지 않은 것처럼 당당한데요. 이런 눈빛과 대비되는 상처투성이인 몸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사용해서 구성했기에 첫 장면부터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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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바로 1919년 3월 1일이 딱 1주년이 되던 날 감옥 내에서 만세를 외치는 장면입니다. 유관순 열사를 필두로 시작된 것으로 묘사되지만 꼭 그녀에게만 집중되지는 않았어요. 당시 수감되어 있던 모든 독립운동가들이 옥중에서도 만세를 부르짖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둡고 좁은 방 안에서 마치 광명이라도 찾은 듯, 광복이 된 것처럼 만세를 외치는 모습이 정말 벅차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저를 동요시켰던 장면은 바로 여러 차례 묘사되는 유관순 열사가 고문 받는 장면입니다. 앞선 두 장면과 달리 보는 제가 다 괴로울 정도라 보기 힘들었어요. 영상으로 재현되다 보니 참혹한 부분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어서 잔인한 장면을 잘 못 보시는 분들은 시청에 주의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고문 장면이 엄청 길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벽관 고문이라고 해서 사람 한 명이 딱 맞게 들어갈 정도로 매우 좁은 공간에 감금하여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서 있는 고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했을 당시가 떠올랐어요. 지하 전시실에는 당시 고문 방식이 재현되어 있는데요, 이 벽관 고문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방문 당시 들어가 보았는데 정말 단 10초도 있기 싫어서 들어가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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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실
이처럼 영화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촬영되었는데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다녀온 분들은 영화를 한층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약 1년 전 방문했을 당시 봤던 풍경 속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있으니 더 실감이 났어요. 혹여나 아직 방문한 적이 없는 분들도 한 번쯤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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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가 지은 근대식 감옥으로, 1908년부터 1987년에 폐쇄될 때까지 80년 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유관순 열사 외에도 안창호, 이육사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이곳이 해방된 이후에도 남아있었다니, 의아하지 않으신가요?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이 갇혔으며,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렀습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인 만큼 반면교사로 삼고자 1998년에 역사관으로 개관하였습니다.
<관람 정보>
- 관람료
- 일반 3,000원
- 청소년, 군인 1,500원
- 어린이 1,000원
- 65세 이상, 6세 이하, 장애인, 국가유공자 무료
- 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 휴관
- 3-10월 입장시간 09:30-18:00 / 11-2월 입장시간 09:3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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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이 역을 맡은 정하담 배우는 📎인터뷰에서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독립운동가분들 사진이 쫙 있는 방에 들어가서 여기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 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면서 그 마음을 쫓아가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어요. 배우가 말한 방은 4벽이 모두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정도나 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전시실이라고 생각해요. 유관순 역할을 맡은 고아성 배우는 <항거>의 가장 큰 강점으로 몰랐던 여성 독립운동가분들을 조명한다는 점을 꼽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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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에는 유관순 열사의 행적을 중심적으로 전달하기는 하지만 다른 분들의 사연도 조금이나마 담아내고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수감 생활을 했던 여옥사 8호실에는 기생, 만삭의 임산부,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이들 역시 지위와 나이를 막론하고 형무소 안에서 유관순 열사와 함께 독립 의지를 다지고, 만세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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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사 8호실에는 또 어떤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나요?
- 김향화 : 기생 출신으로 1919년 3월 29일 수원에서 기생들을 데리고 만세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만세운동 주동자로 체포된 김향화는 2개월간 고문을 받다가 같은 해 5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습니다.
- 권애라 :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선배로, 1919년 3월 3일 여학생, 교사 등 여성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개성 만세시위를 주도한 독립운동가입니다.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었다가 여옥사 8호실에서 유관순과 재회하였습니다. 출소 이후에도 웅변가로 국내외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러다 1942년에는 치안유지법에 의해 창춘 형무소에 수감되기도 했어요. 광복 이후 귀국하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선거를 앞두고 사퇴하였습니다.
- 임명애 : 1919년 3월 10일과 26일, 파주 와석에서 남편 염규호 등과 700여 명을 모아 만세운동을 두 차례 주도했습니다. 이때 체포되었다가, 1년 6개월 징역을 받아 임신한 상태로 서대문 형무소에 입소했습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잠깐 풀려나 출산한 뒤 아이와 함께 다시 서대문 형무소로 돌아와 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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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큰 분량을 두고 자세하게 다뤄지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분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으니 그만큼의 의의는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도 이 영화를 통해서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접해보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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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을 맞아 준비한 이번 호는 어떠셨나요? 저에게 3월 1일은 1월 1일만큼이나 새로운 ‘시작’같은 느낌을 주곤 합니다. 학창 시절 개학을 하던 날이 3월이라 그랬던 건지, 봄이 다가오는 듯한 기분 때문인지 3월은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하는 달인 것 같습니다. 항상 그 달의 1일에는 뭔가 무엇이든 잘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저한테는 특히 3월이 더욱 그렇답니다. 이 긍정적인 기운이 감도는 오늘, 사적인 영화관을 찾아준 여러분들도 싱그러운 3월 한 달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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